불량식품이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지목됐지만 불량식품 유통과 판매 행위에 대한 일선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냉담하다.
단속을 천명한 경찰 등 사법기관과 자치단체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만 내비칠 뿐 불량식품 유통 근절 등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을 근절하겠다며 강력한 단속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 50여 일이 지난 현재,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량식품이 유통되고 있다.
소비자들도 유해성 여부는 물론 유통 행위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불량식품이 대량 유통되는 곳으로 알려진 보령시 모 초등학교 앞. 이곳은 매일 오후만 되면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15일 오후도 여전했다. 학교 앞 가게에서는 미국의 A사가 생산한 모 제품(젤리)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해당 제품 포장 앞뒷면 어디에도 영양성분표시가 없다.
심지어 유통기한도 표기돼 있지 않았다. 식품의약안전처가 정한 ‘어린이 기호식품 등의 영양성분 표시기준 및 방법’에 따라 식품에 함유된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하지만 무시된 셈이다.
B사의 모 제품(과자)에는 성분표시가 돼 있었지만 바탕색과 구분되지 않거나 글씨 크기가 작아 식별 자체가 곤란했다.
C사의 제품(초콜릿)은 1개당 열량이 100㎉로 아이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설탕과 물엿, 나트륨 등이 대거 함유됐다.
또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2~3종류의 사탕은 합성착색료와 합성착향료가 포함돼 있었다.
임 모(11)군에게 영양성분 표시 등 제품에 대해 물었으나 대답은 ‘무지’에 가까웠다. 임 군은 “영양성분표시를 한 제품만 팔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성분 표시를 확인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임 군을 포함한 학생들은 특히 “선생님과 부모님 등 어느 누구한테도 유해식품 구별법 등에 대해 설명듣지 못했다”며 “가게에서도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밖 상점에 대한 규제도 미흡하다.
교육청과 자치단체 관계자는 “학교 내 매점의 경우 고열량 저영양 식품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문구점 등 일반 가게는 규제 장치가 없다”고 밝혔다.
이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