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는 몇 가지 목표를 정하고,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변수에 따른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없고, 시간적 제약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을 다 볼 수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우선 순위 별로 배열하고, 그 순위에 맞춰 걸음을 옮기다 보면, 초기에 세웠던 여행 목표를 이루기가 훨씬 쉬워진다.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 없이 목표를 정했다. 다른 건 몰라도 ‘카파도키아의 벌룬투어’ 만큼은 꼭 해보고 오자는 것. 만만치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벌룬투어에 참여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동행한 친구부부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함께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23일 새벽 4시30분 졸린 눈을 비비며 창밖을 보니 카파도키아의 하늘엔 여전히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새벽부터 분주하다. 친구부부들은 저마다의 기대감을 가득 안고 괴레메로 향했다. 벌룬투어지에 도착했을 때는 하늘은 동이 틀 무렵이었다.
두근거림 속에 기다리다보니 날은 조금씩 밝아왔고, 곳곳에 벌룬들이 뜨거워진 공기를 머금고 하늘로 떠오를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벌룬 하나가 두둥실 하늘로 떠올랐다. 새벽 하늘로 날아오른 무지개 벌룬이 정말 웅장하고 멋있었다, 시야에서 한참 멀어졌을 때까지도 필자는 저 녀석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일행이 탈 벌룬을 보니, 미안하지만 좀 덜 예뻐서 살짝 실망했다.
쉬쉬~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필자가 탈 벌룬에도 뜨거운 증기가 들어간다. 저 바구니 같은 것에 무려 16명이나 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무게 중심이 기울지 않게 하려는지 바구니 안은 4칸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각 칸에 4명씩 타도록 가이드로부터 안내를 받았다.
신비로운 카파도키아의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빨갛게 떠오를 해를 기다리며, 그 어느때보다 설레고 있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창공에서의 무한 자유를 만끽해본다.
필자가 탄 벌룬은 높이 높이 올라 어느새 카파도키아를 한참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굽이굽이 길까지 보여 아까와는 또 다른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곳의 일출.일몰이 특히 더 아름다운 이유는 시시각각 다른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붉은 해가 서서히 떠오를 무렵 필자 역시 눈 앞에 등장한 압도적 풍광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 기암괴석 위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필자가 본 일출 풍경은 다 잊어도 좋을 만큼 카파도키아에서 벌룬을 타고 지켜본 일출은 놀랍도록 감동적이었다.
함께 벌룬을 타고 있던 친구부부들은 감탄사를 내는 등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해가 뜨자, 괴뢰메의 모습은 더욱 더 신비로워졌다.
붉은 빛이 사라진 하늘은 청명한 색감을 드러냈고, 맑은 하늘 위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벌룬들이 수를 놓았다.
한편 벌룬 아래의 세상은 온통 흙과 모래 투성이라 마치 우주의 어느 이름 모를 행성에라도 온 듯 지평선도 조금 자욱한 느낌으로 신비롭게 다가왔다.
카파도키아의 빛나던 태양과 푸르른 하늘, 그리고 두둥실 떠오른 벌룬과 조용하지만 약동하는 대지의 힘이 모두 담긴 찍었다 하면 예술이 되는 카파도키아의 풍경에 연신 감탄하던 중, 벌룬은 필자를 싣고 구불구불 힘차게 뻗은 계곡으로 향했다.
이윽고 익사이팅 계곡투어도 끝이 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착륙을 준비할 시간에 접어들었다.
아래서는 이미 벌룬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뜨거운 증기를 내뿜는 벌룬의 소리에 맞춰 서서히 너른 대지의 품에 안기고, 그렇게 우리들의 로맨틱 벌룬투어도 끝이 났다!
멋진 투어를 마치고 온 것을 기념하고, 수료증을 주는 시간이 이어진다.
처음 만난 이들과 창공에서의 감동을 공유했다는 것 자체가 필자에겐 분명 이색적이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언젠가 한번 더 날아올라 그날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친구부부 일행은 카파도키아에서 8시간이 소요되는 대자연이 만들어낸 순백색의 세계 ‘파묵깔레’로 출발했다.
오늘도 버스는 8시간동안 허허벌판의 길을 마을도 별로 없고 단조로운 벌판을 쉬임없이 달린다.
연 강수량이 300mm라면 풀이나 제대로 자랄까? 그러나 겨울에 내린 눈을 흙이 머금고 있어 풀이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오브룩 한 & 호수
파묵깔레 가는 길에 실크로드시대의 대상(카라반)들의 숙소인 ‘오브룩 한’에 들렀다. 오브룩은 지역명칭이다.
중국에서 터키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를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일부인 오브룩에 상인들이 묵어가던 숙소이다.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물건매매와 여행루트의 안정확보 등의 정보도 제공되었다고 한다.
보통 낙타가 하루 걸을 수 있는 거리인 20km~30km 마다 이들을 위한 숙소들이 있었다고 한다.
오브룩한은 버스가 지나는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이미 폐허가 되어 공사중에 있지만 실크로드에서의 교역규모가 얼마나 대단했는가 짐작하게 한다.
오르룩 한 뒷쪽에 오브룩 호수가 있다. 오브룩 호수는 특이한 형태의 원형호수로 지진에 의해 땅이 원형으로 꺼져버렸고, 그 속을 지하수가 채워 생겨난 호수라고 한다. 자그마치 깊이가 200m에 이른다고 한다.
지각변동으로 생긴 호수로 너무나 깊고 그 독특한 색으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지금은 짙은 녹색의 에메랄드 같은 색인데 맑은 날에 좀더 푸른빛을 띈다고 한다. 하늘의 맑고 흐림에 따라 그 색을 다르게 담아낸다는 오브룩 한 호수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글·사진/ 이인식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