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획기사는 충남내포신문협회 회원사인 태안미래신문이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1. 태안군, 시장과의 상생을 이야기하다
2. 통인시장, 하양공설시장 현대를 입다
3. 일본 와카야마현의 구로시오시장과 도쿄의 나카노부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4. 전통이 꿈틀 댄다 정선 오일장과 청주 전통시장
5. 태안시장 전통과 현대의 공존 속 미래를 꿈꾸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잣대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시장.
인구가 줄어들고 편리한 대형마트들의 난립으로 전통시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이때. 지역의 특성과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겨냥한 시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통시장, 5일장(3일, 8일)으로 통용되는 태안의 시장과 그 미래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태안.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데 반해 먹을거리와 살거리의 부재는 태안읍과 시장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태안의 관광산업에 한 획을 그을만한 전통시장의 가치와 ‘관광태안’을 현실화 시킬만한 구심점으로서의 태안시장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다.
태안 장시의 어제와 오늘
예로부터 장이 서던 곳에는 그 지역의 모든 물자와 화폐,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태안의 장시풍속 또한 이와 같았다. 행정구역상 조선시대까지 태안현이었던 태안은 1914년 일제총독부에 의해 서산군 태안면이 됐으며, 같은 해 9월 ‘시장규칙’에 따라 1918년 공설시장으로 인준을 받았다.
이후 서산군에서 태안군이 분리되고 태안장은 모두 상설시장화 되기에 이른다.
현재 태안읍에는 서부시장과 동부시장만이 시장의 명맥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데, 태안장은 인근 운산장(1일, 6일), 서산장(2일, 7일), 부석장(4일, 9일), 해미장(5일, 10일)과 함께 지역상권의 중심을 형성했다.
현재는 기능하지 않지만 태안군에는 소원면 신덕리(4일, 9일)에서 열리는 소원장과 원북면 반계리의 원북장, 근흥면 용신리의 근흥장 등도 있었다.
본래 태안장은 태안읍 남문리 현 경이정에서 태안읍사무소쪽으로 20여m를 올라가 서쪽으로 장옥이 늘어섰다가 장소가 비좁아 1960년대를 전후해 현재 태안시외버스터미널과 구시장의 중간쯤 되는 곳에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게 됐다.
남문리에 위치한 기존시장을 ‘구시장’, 동문리에 새로 생긴 시장을 ‘신시장’으로 부르다 1970년대 중반 경이정 인근 구시장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이때 신시장을 찾았던 노점상인들 중 일부는 시외버스터미널을 따라 장터를 형성했는데 태안 주민들에게는 ‘차부’로 통용되는 이곳이 훗날에는 버스에서 내린 해산물과 곡물 등을 그 자리에서 사고판다고 해 ‘도깨비시장’이라고도 불렸다.
이 도깨비시장은 태안군내 가장 큰 상설시장이자 재래시장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 신시장이 1991년 상가를 개축한 이후 동부시장이라는 상호로 법정 상설화되고 도깨비시장은 신시장의 서쪽에 위치해 있어 서부시장으로 허가를 받게 됐다.
태안읍내 2곳의 상설시장 외 안면읍 승언리에 위치한 안면장(5일, 10일)도 꽃게, 대하, 고추 등과 함께 한때 우시장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태안장을 찾는 게 더 일반적이었다.
일제강점기 하 태안장은 어물전과 나무전, 싸전을 중심으로 번성했다.
대만 출신의 ‘왕서방네’가 1930년대 만물상회를 세운 이후 태안과 서산에 공산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학암포와 이원, 안흥항, 정산포 등에서 잡힌 아지와 조기, 갈치, 홍어, 고등어, 우럭 등은 어물전에서 거래됐다. 안흥항에서는 일제시대부터 통통선을 부렸고, 간월도의 김, 미역, 바지락, 조개, 천수만의 석화젓갈(어리굴젓) 등은 천안 장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재밌는 건, 1960년대 이전까지 꽃게와 아구는 잡히더라도 가족끼리 나눠먹거나 버렸지만 60년대 후반부터 꽃게가 일본수출 길에 오르며 매년 3~6월 꽃게잡이 배를 타고 온 뱃사람들로 태안장에는 술집과 식당이 성행했다.
나무전은 주민들이 곡물을 얻기 위해 ‘솔꼴(솔가지와 솔방울)’을 내다팔면서 만들어졌는데 만주에서 들여온 좁쌀인 ‘서숙’을 얻어 죽을 쑤어 먹었다.
싸전은 어물전에서 어물을 판돈으로 곡물을 사가는 곳이면서 태안일대 주민들이 직접 좌판을 벌여 곡물을 내다판 곳이었다.
동부시장 입구 마늘과 생강 도소매직판장은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생겨난 것으로 본래 이 자리는 우시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1991년 동ㆍ서부시장 명명…환경개선 불구 손님 한산
관광객 흡수 못해…지역 특성화 살린 차별화정책 시급
태안 동ㆍ서부시장의 현주소
태안 동부시장이라 불리는 상설시장은 동문리 286번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종합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 부지면적 1만3220m²에 임차점포 130곳과 공점포 20곳 노점 5곳 등 155개 점포가 빼곡히 시장을 지키고 있다. 이곳은 상인회의 고령화와 영업부진으로 상인들의 참여의지와 서비스개선 노력이 미흡한 상황이다.
도깨비시장이라 불리던 구 차부 서부시장은 1975년 개설돼 2009년에 돼서야 인정시장으로 등록됐다. 농수산물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태안읍 주민들의 식자재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0년 화재로 시설현대화 작업과 아케이드설치 등으로 환경개선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기대치에 미치진 못한다.
이곳은 남문리 170-3번지로 부지면적만 3만3600m²에 자가점포 200곳, 임차점포 80곳 등을 포함해 모두 325개 점포가 있다.
마지막으로 안면도장터 전통시장은 1955년 개설된 시장을 2006년 등록해 건물형 공설시장으로 만들었으며 지금은 활어회가 중심인 수산물특화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상 2층과 지하 1층으로 주차장과 슈퍼마켓, 음식점 등이 입점해 있으며 안면읍 승언리 1249번지에 부지면적 3749m², 임차점포 32곳을 합쳐 42개 점포가 운영된다.
이 세 개 시장 중 입지면에서 가장 유리한건 상설시장(동부시장)인데 이곳은 최근 들어선 회센터 등의 먹거리 확보와 주차시설 등으로 관광객들의 흡수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양호하고 농수산물 등 생필품 구매에 강점을 지닌 서부시장과 이 둘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시설과 상권으로 관광수요에 공헌하고 있는 안면도장터도 지역 내 특화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이 예전의 시장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넘쳐야 할 그곳에는 고요와 적막, 한숨이 흐른다. 지난해 태안군에서 추진한 ‘유통기업 상생발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군내 소비자의 76.2%가 동네슈퍼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걸로 나타났다. 서부시장과 상설시장은 각각 8.4%, 5.9%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이 좀 더 빠르고 편한 방법으로 물건을 구매하길 원한다는 욕구가 다분히 반영된 결과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주말 평균 고객 수도 ‘20명 이상’이 37.2%, ‘10~20명 미만’이 29.4%, ‘10명 미만’이 33.3%로 주말 평균 고객 수도 17.9명으로 다소 낮았다. 징검다리 연휴 등으로 우리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동부시장과 서부시장 모두 관광객들의 흐름과는 별개란 얘기다.
군정은 ‘관광태안’으로 가지만 실제 태안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태안시장이 지역경제와 관광효자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해법은 무엇인지를 놓고 각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는 이번호를 시작으로 반찬뷔페로 제2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서울 종로의 통인시장과 전국 최초 현대식 마트 입점으로 전통시장의 차별화를 선언한 경북 경산의 하양공설시장.
매일 2~3회의 참치해부쇼로 시장관광의 새 지평을 연 일본 와카야마현의 구로시오시장, 노인들의 천국 도쿄 나카노부시장. 전통 그대로를 입은 정선 오일장과 청주 육거리시장, 수산물의 산지 서천특화시장에 이르기까지 태안 전통시장의 방향과 목표를 제안한다.
태안 미래신문 이미선 기자 | jjangst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