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획기사는 충남내포신문협회 회원사인
태안미래신문이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1. 태안군, 시장과의 상생을 이야기하다
2. 통인시장, 하양공설시장 현대를 입다
3. 일본 와카야마현의 구로시오시장과 도쿄의 나카노부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4. 전통이 꿈틀 댄다 정선 오일장과 청주 전통시장
5. 태안시장 전통과 현대의 공존 속 미래를 꿈꾸다
>> 시장이 살아있다. 그저 물건을 사고팔기에 바빴던 구닥다리 케케묵은 시장은 가라. 새롭고 신선하고 눈에 띄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시장들이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시장을 찾는다.
올해 시장의 추세는 변화와 혁신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5일장이라 부르던 옛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화려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은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구미를 한껏 끌어당기고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통인시장이 그렇고, 경북 경산 하양읍에 탄생한 하양공설시장의 움직임이 그렇다.
각종 대형마트 등과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SSM이 장터까지도 위협하는 상황에서 상인들이 힘을 모아 마을기업을 세우고 시장을 문화가 교감하는 자리로 만든 통인시장.
이곳은 지난 2011년 통합콜센터 및 배송, 도시락카페, 목공방 DIY를 주 사업으로 내걸고 통인커뮤니티주식회사를 건립했다. 현재 임원 10명과 회원 65명, 정직원 6명이 이곳 고객만족센터에 머무르며 시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 빠른 서비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도시락카페로 지난해부터 더욱 많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찾기 시작한 카페는 ‘통’이라는 별칭으로 주말평균 400~500명의 손님들이 찾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들른 이곳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임에도 카페 안에는 도시락을 사려는 손님들과 자신들이 골라온 반찬을 담아와 밥과 국을 사 먹는 가족, 연인 단위 손님들로 붐볐다.
5월 피크 때 주말 하루 집계만 1220명을 찍었을 정도로 인기상종가를 달리는 통인시장 도시락카페는 고객센터 2층에서 5000원을 주고 엽전 500원짜리 엽전 10개를 구입하고 일회용 도시락통을 들고 시장으로 들어가면 끝이다.
무슨 얘긴 고 하니, 빈 일회용 식판에 ‘도시락 통 가맹점’이란 간판이 붙은 반찬가게 등을 돌며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엽전을 주고 구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치 한줌 500원, 나물 한줌 500원, 잡채 한줌 1000원, 계란말이 500원, 샐러드 500원, 고등어구이 2000원. 뭐 이런 식으로 식판을 채운 뒤에는 다시 센터 2층으로 올라가 그날그날 다른 국과 밥을 각각 1000원씩에 구입한다.
이렇게 먹음직스런 음식들로 차려진 한상을 2층이나 3층에서 먹는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나만의 도시락’인 셈이다. 이런 도시락카페 아이디어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시장상인들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 인근 경복궁과 청와대 등 많은 관광객이 유입되는 이곳 시장은 ‘기름떡볶이’가 유명하다는 강점 외에는 달리 내세울 만한 특색이 없었던 게 사실.
이를 기점으로 500원어치의 맛보기 특선코너가 신설됐다. 시장을 찾는 손님 누구나 500원만 내면 반찬 등의 맛보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생각보다 반응은 좋았다. 작지만 신선한 아이디어가 젊은층을 끌어 들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반찬가게를 살리기 위해 도입한 게 도시락카페다.
현재 18개의 반찬가게, 분식집, 떡집이 가맹점으로 가입돼 손님들이 일회용 식판을 가지고 시장을 돌면 엽전으로 반찬을 판매해 당일 벌어들인 엽전은 바로 환전해 이용한다.
외국인들과 어린이들은 한국의 옛 화폐인 엽전에 큰 흥미를 보였다. 상인회는 내친김에 ‘통인시장 판을 벌이다’를 주제로 한 체험프로그램도 대거 유입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나도 상인 아나바다 벼룩시장’, ‘가면만들기’, ‘나무목걸이만들기’, ‘천연화장품만들기’, ‘김밥만들기’, ‘DIY(목공방체험)’, ‘전통시장체험’ 등이다.
시장의 계속된 변화에 지역 학교와 문화단체에서도 요동했다. 시장 내 고객만족센터 1층 벽면에는 어느덧 그림과 글씨가 특색 있는 시장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듯 자리했고,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시장은 그렇게 다시금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놀랐지만 가장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 것 또한 시장 상인들이다. 자신들의 변화가 모여 시장 전체에 새바람을 불고 왔다는 것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2012년 청와대와 자매결연과 우수마을기업포상이라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홈페이지 구축으로 전국 각지에서 이곳 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이 거래되고 곧 자취를 감출 것 같았던 반찬가게들과 분식집, 떡집 들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 도시락카페 책임을 맡고 있는 심계순(39) 관리부장은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문화를 나누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의 집결체”라며 “통인시장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은 5~7명의 상시종사자 외에도 바쁜 주말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택배배송과 홈페이지 관리, 목공방 운영에도 추가된 인원이 배정되기에 이르렀다.
심 부장은 또 “급변하는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먹거리 점포수도 쌍방협의 하 가맹점들을 관리하고 있다. 총 20곳의 가맹점 중 2곳은 우리(마을기업)와 생각이 달라 가맹점에서 제외했고 현재 18곳의 가맹점들이 근처 직장인들과 주말 관광객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들은 깨끗이 비운 빈 용기를 차곡차곡 쌓고 자신이 왔다간 흔적을 손수 치우는 활동을 통해 기본적인 도덕과 배려를 배운다. 한번 재활용돼 나온 용기인지라 더 이상의 재활용은 없지만 단돈 5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체험을 덤으로 맛보는 시장카페는 나날이 인기가 높다.
“밥과 국, 반찬을 모두 합해 저희가 권해드리는 가격은 5000원이에요. 또 반찬을 고르고 담으면서 시장주변에 있는 공공미술품들을 함께 찾아보는 것도 시장을 찾는 깨알의 재미를 선사하죠. 앞으로 목표라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에도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체험 및 추억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에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지만, 처음 도시락카페가 그랬듯 뭐든 시도해보고 부딪혀보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통인시장 도시락카페 파이팅”
태안미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