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안군, 시장과의 상생을 이야기하다
2. 통인시장, 하양공설시장 현대를 입다
3. 일본 와카야마현의 구로시오시장과 도쿄의 나카노부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4. 전통이 꿈틀 댄다 정선 오일장과 청주 전통시장
5. 태안시장 전통과 현대의 공존 속 미래를 꿈꾸다
자고로 시장은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의 공간이 돼야 한다. 없는 것 빼곤 전부 다 모여 있다는 시장. 지역 특성에 맞게 주민들 입맛 사로잡는 먹거리와 관광객 위한 볼거리로 매일 매일이 새로운 시장. 2013년 대한민국의 시장은 지금도 진화중이다.
오일장의 벽을 허물고 주말 토요시장과 일요시장으로 한 달이면 10~14번의 장이 서는 정선아리랑시장과 충북도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청주 육거리시장의 변천사를 통해 본 소통과 문화의 공간 시장. 전통이 꿈틀 댄다 이번에는 정선과 청주다.
강원도 산골짜기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타고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정선.
태안에서 가려면 서울을 거쳐 강릉을 지나 버스로 적어도 7시간이나 걸리는 멀고 험난한 여정이다. 하지만 시장애호가라면 한번쯤 들러야 할 이곳 정선아리랑시장은 전국 최고라 자부할 만한 오일장문화로 1년 365일 매일이 축제다.
지난 19일 점심을 한참 넘긴 시각 취재진이 도착한 강원도 오지 정선군 정선읍. 한때는 인구 14만여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는 정선.
지금은 인구 4만여명만이 4개 읍 5개 면을 지키며 자연과 동화돼 살아가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 우리나라 석탄사업이 번창하며 덩달아 ‘개발’과 ‘인구’의 중심이 된 정선은 1989년 정부의 석탄사업합리화정책(광산합리화사업)으로 번영하던 석탄사업이 곧 사양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에너지원이 무연탄에서 기름과 전기로 발전한 까닭이다.
이후 강원도 남부지역 석탄의 메카이자 정선군에 속한 사북읍과 고한읍, 신동읍이 차례로 폐광하고 도시는 곧 공동화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공기업인 대한석탄공사 한백광업소가 1993년 가장 먼저 문을 닫은 이후 민영탄광이던 (주)삼탄(2001년)과 (주)동원(2004년)도 언제 열릴지 모를 문을 굳게 잠갔다.
사람들로 득실대던 도시는 이제 암흑의 도시로 변했다. 도심공동화는 극에 달해 정선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황폐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대체산업의 육성이 없다면 주민들이 설 땅이 사라질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때 도시를 살릴 수 있는 묘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1999년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이다.
정선군은 1999년 철도청과 협의해 폐철을 이용한 정선오일장 활성화 대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역에 유일한 교통이었던 정선선의 존폐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역발상의 수확은 실로 놀라웠다. 철도를 이용한 관광 상품이 2000년도 당시에는 전무했었을 뿐더러 주민들의 오일장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다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2003년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1칸짜리 꼬마열차는 ‘정선선 철도타고 오일장 구경가세’란 이름으로 상인들도 놀랄 만큼 지역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줬다.
처음 1년은 시장상인 모두가 서울에서 온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역을 찾아 박수를 치며 환영하는 의식도 가졌다.
해를 달리하고 늘어난 관광객과 위기를 기회로 삼은 정선군의 노력의 결실로 정선오일장은 지난해만 37만명의 관광객들이 시장을 찾았다.
한사람이 3시간을 시장에 체류한다는 걸 기준으로 계산하면 1인당 6만6천원을 지출하고 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토대로 하루 평균 9시간동안 3번의 회전율을 계산하면 시장의 매출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정선군의 시장 활성화 정책의 중심에는 문화와 업종의 특성화가 있었다.
지리적으로 평지보다 산이 더 많은 강원도에서 사람들이 즐길거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착안된 문화사업은 2~3년에 한번씩 새로운 문화자산을 양산해 내며 정선을 찾는 이방인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시장에서 10~20분 거리 내 인위적인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화암동굴 공포체험과 삼탄아트마인미술관, 레일바이크, 익사이팅레포츠, 타임캡슐공원,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라리촌, 하이원리조트 등이다.
더불어 볼거리와 연계한 먹거리특화는 정선 시장만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곤드레나물밥과 콧등치기, 모둠전으로 대표되는 강원도 고유음식에 오직 정선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인식이 더해져 시장의 임산물들은 택배서비스로도 톡톡히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거기에 타 지자체들이 대형마트 들을 흉내 내는데서 그치던 것을 반강제로 시장상인들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 수시 상인교육과 아리랑 전수교육 등으로 상인들의 브랜드를 높이고 있다.
정선오일장은 지난해 아리랑의 세계무형유산 등재에 맞춰 올해 시장 이름을 정선아리랑시장으로 바꿨다. 또 상인회를 포괄하는 정선아리랑시장협동조합(이사장 이윤광)을 꾸려 시장 내 문화관광사업에도 자체적으로도 인물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정선아리랑시장은 165개 상가와 60여개의 향토식당, 신토불이어머니(노점상을 지칭하는 단어)100여명, 외주상인 50여명이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은 노점상들을 끌어들여 시장을 하나의 통일된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것과 향토음식점 대다수가 곤드레나물밥과 콧등치기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윤광(53ㆍ사진) 상인회장은 “가게에서 산 나물이건, 신토불이어머니(노점상)에게 산 나물이건 그건 모두 우리 정선시장에서 산 나물이고, 정선에서 난 것이다.”며 “노점상인들에 대한서비스교육도 점포주들의 교육과 같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회장은 또 “현재 정선시장은 관광객들의 증가로 활기를 띠고 있는 반면 매출은 일정부분 정체기를 맞았다”며 “이럴 때 일수록 상인들의 서비스친절교육과 아리랑문화가 스며든 유서 깊은 고장으로의 자부심을 배양해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이에 시장의 재정자립도를 키우기 위해 정선시장은 조합설립을 작년 1월 일찌감치 준비했다. 상인들의 권리와 복지증진을 위해 상인 전원이 협동조합으로 가입돼 운영하는 체계로 올해 1월 24일 인가 후 노점상들에게도 조합원에 맞는 권리와 의무, 책임을 부여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조합을 만드는 과정의 한 부분에 선 지금 지역 홍보사업과 연계한 원산지표시제도 활성화와 나물선물세트, 막걸리 등을 출시, 시골 오일장의 한계를 벗는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아리랑시장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평창이 재래시장 이름을 올림픽시장으로 변경할 만큼 만전을 다하는 줄 안다. 이에 우리도 1개 종목이 이곳 정선에서 펼쳐지는 걸 감안해 세계가 인정할 만한 시장의 반열에 우뚝 서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태안미래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