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기자의 여행이야기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복이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 나오는 말이다. 눈이 시릴 만큼 깊고 푸른 코발트 블루빛 바다.
바다를 향해 매섭게 다가선 절벽. 그리고 그 위에 아찔하게 자리한 하얀색 건물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그곳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매혹적인 섬은 세상에 많지만 이곳만큼 극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곳도 드물다. 지중해 위 뿌려진 별들 중 가장 빛나는 별, 산토리니다. /편집자 주
그리스의 환상의 섬 산토리니(Santorini).
공식 명칭인 “Thira”보다 산토리니로 더 알려진 이곳은 결혼하는 사람들이 신혼여행으로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5월28일 우리 부부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친구들과 헤어진 후 오후 늦게 터키항공을 이용하여 그리스 아테네로 이동했다.
5월29일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에서 아침 7시 10분 고속페리를 이용했다. 이날 날씨가 좋지 않아 조금 늦은 5시간 10분만에 산토리니에 도착했다.
신항구 Athinios port에서 픽업나온 스타부르스씨를 만났다. 굽이굽이 산길을 넘는 차장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꿈결 같다.
방금 필자가 내렸던 페리에 산토리니를 떠나는 사람들이 타는 모습과 더 먼저 떠난 페리가 남긴 비행운같은 물결의 흔적들. 아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여행자의 마음이 됐던 곳이다.
우리 부부는 피라마을에 있는 숙소에서 여장을 푼 후 렌트카 직원의 안내로 차량을 픽업받아 연인들의 섬인 산토리니에서 3박4일간 정말 용감하게 돌아다녔다.
산토리니는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곳 33곳에 선정될 정도로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카리스웨트 CF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산토리니는 주변의 섬과 중앙의 화산지형을 다 포함해도 면적이 91㎢일 정도로 작은 섬이다. 제주도의 1/20에 불과하다니 말 다했다.
이 작은 섬에서 관광객이 찾는 명소는 대부분 칼데라가 잘 내려다 보이는 절벽을 따라 위치해 있다.
피라마을은 산토리니 섬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많은 상점과 레스토랑이 미로처럼 엉킨 골목과 절벽을 따라 자리하고 있다.
발길이 닿는 대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행해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게 된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깍아지른 절벽과 화산폭발로 생겨난 칼데라를 처음 만나는 바로 그 순간, 늘 꿈에서 보아왔기 때문일까? 그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다.
혈기왕성한 젊은 여행자들을 가장 늦게까지 보듬어 주는 곳도 바로 피라 마을이다.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와 클럽에는 숨길 수 없는 설렘과 잠들지 못하는 흥분이 가득하다.
피라마을에서 자동차로 북쪽으로 20여분, 숨막히게 아름다운 그 길을 잘 참고 달린다면 이아마을과 만나게 된다.
여행자들에게 산토리니를 꿈꾸게 한 것이 사진 한 장, 엽서 한 장 이었다면 그건 십중팔구 이아마을의 풍경이었을 확률이 높다. 어떻게 바라보아도 영화가 되고, 어떻게 셔터를 눌러보아도 작품이 된다. 산토리니의 가장 큰 매력은 어쩜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산토리니의 해가 하얀 지붕들을 지나 바다와 가까워질 무렵이면 사람들이 이아마을도 향한다. 아름다운 이아마을의 일몰을 감사하기 위해서다. 인생에 한번쯤 자신만의 화보를 만들고 싶다면 산토리니가 가장 적격이다.
그 완벽한 풍경에는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다. 굴라스 성채를 가득 채우고 좁은 골목길까지 늘어선 사람들은 그 자체로 진풍경이다.
해가 서서히 저물면서 눈부시게 빛나던 하얀색 건물들이 어느새 따뜻한 빛깔로 물든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순간, 연인에겐 달콤한 키스타임이 된다.
산토리니 이아마을을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때문이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이면 산토리니의 관광객들이 모두 모였나 싶은 정도로 수 많은 연인들이 모여 형언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룬다.
미로 같은 거리에서 쇼핑을 하고 절벽에 있는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는 일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스의 섬들이 다 그렇겠지만 이곳 산토리니의 피라는 ‘햇살’이 유난히 좋았다. 눈을 뜨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기가 힘들만큼 강렬했지만 그 강렬함은 주변을 넓고 부드럽게 감싸안는 포근함이었다. 어쩐지 피라의 햇살 속에 서있으니 필자까지도 말갛게 행궈지는 기분이다.
하늘을 보는 것도, 바다를 보는 것도 눈부시게 예뻐서 이곳에서라면 풍경 속에 한 입에 삼켜져도 진심으로 행복할것 같았다.
하얀 풍경 속에 서 있어보니 왜 흰색이 무채색인지 정확히 알겠다. 흰색은 주변의 색에 쉽게 흡수되고, 주변의 색에 쉽게 번진다. 흰색이 눈부신 건 아마도 그래서가 아닐까?. 하얀 건물이 뿜어내는 햇살의 빛남은 그 어떤 보석의 반짝임보다 화려하고 눈부셨다.
글·사진 / 이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