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나라,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 >> 그리스는 고대 문명을 꽃 피웠던 나라인 만큼 볼 거리도 풍성한 곳이다. 수도인 아테네도 멋지지만, 특히 에게해의 낭만적인 섬들은 휴양지로 인기다 높다. 그 섬 중 하나인 산토리니로 여행을 다녀왔다. 직접 가 본 산토리니는 그 자체로 보물섬이다. 에게해를 품은 안락한 파라다이스라고 할까? 세상의 모든 연인, 커플들이 사랑에 푹 빠져 버리는 곳. 아니,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곳. 이곳은 완벽하게 이들만을 위한 섬이다. 새파란 지붕과 하얀 벽돌의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만들어가는 완벽한 사랑의 섬. 얼핏 보기엔 산토리니의 모든 건물들이 통일성을 가진것 같은 모양과 색깔을 가진 것 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집 하나 하나에 그 집을 살고 있는 이의 개성이 눈에 보인다. 자연 그대로의 토양색 위에 뭔가를 꾸며놓았다. 그리고 어떤 집은 둥근 돌로, 둥글지만 크기가 제각각인 돌들을 장식해 놓은 집도 있는가 하면 어떤집은 뾰족한 모서리가 있는 돌을 심기도 했다. 단순한 파스텔톤의 색으로 장식을 해놓았음에도 그벽 하나만으로도 아주 매력이 있다. 이 심플한 건물 벽에는 모두 창문이 하나 이상씩은 달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홍색의 꽃이나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장식해 놓았다. 어쩌면, 이 벽에 기대어 추억을 남길 그 누군가를 위한 자신을 기꺼이 내놓을 줄 아는 배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푸른 빛 아름다운 에게해와 이어진 산토리니. 저 짙푸른 물에 손을 넣었다빼면 손 조차도 파랗게 물들것 같은 느낌이다. 그 바다가 내려다보이기에 휴식은 언제나 로맨틱하고 여유롭기만 하다. 더 오래 머물고 싶고, 더 알고 싶어지는 그런 곳이었다. 그 곳으로 떠난 짧은 3박4일간의 여정은 필자의 가슴속에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 편집자 주 산토리니는 그리스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당연할 것이 섬 자체가 화산의 활동으로 생겨났지만 제주도 같은 화산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저화산 폭발로 형성된 분화구의 외벽 중 수면위로 드러난 지형이다. 따라서 이 앞의 바다는 해저화산의 화구호인 칼데라다. 지구 상엔 이런 특이한 칼데라 섬이 몇 개 더 있다. 인간의 위대함 가운데 하나는 놀라운 적응력이다. 산토리니의 절벽 가장자리를 뒤덮은 하얀 집의 마을이 그 좋은 예다. 섬을 여행하는 내내 필자에겐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집을 지을 평지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마을이 이렇듯 위험천만한 절벽 가장자리에 형성된 연유다. 섬은 초승달 모양에 대부분이 평지와 구릉이다. 산토리니 섬은 크지 않다. 자동차를 몰고 가면 끝에서 끝까지 한 시간 이내다. 그런데다 특별한 볼거리도 없다. 열세 개 마을 가운데 중심 타운인 피라(Fira), 여기서 빤히 바라다보이는 15분 거리의 이웃마을 이아(Oia), 그리고 이 섬 끄트머리에 있어 낙조감상 포인트로 좋은 이메로빌리(Imerovigli) 등 절벽마을이 고작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 섬으로 끊이지 않는 이유. 그건 이 섬에서만 가능한 아기자기한 체험이다. 그 첫 번째는 산토리니의 밤이다. 밤이 되면 산토리니는 동화의 마을처럼 예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흰 벽의 좁은 골목은 작은 창을 통해 비치는 촛불과 백열등으로 발갛게 채색된다. 또 레스토랑은 저마다 개성 있게 문 앞을 장식하며 행인의 시선을 끈다. 기념품 가게도 예쁜 장식품으로 진열된다. 미로처럼 얽힌 그런 골목길을 배회하는 건 산토니리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여행객에게만 제공되는 최고의 즐거움이자 특권이다. 두 번째는 칼데라 바다로 떨어지는 지중해의 낙조 감상이다. 절벽의 정면 칼데라 쪽이 서쪽이므로 산토리니에서 해넘이는 어느 곳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도 최고의 포인트는 이 섬 맨 끝 마을 이메로비글리다. 그 마을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풍차도 몇 개 있어 더더욱 정취를 깊다. 해질 녘 찾아간 이 마을. 섬을 찾은 여행자 중 대다수가 왔으리라 생각되리만큼 골목골목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는 해도 좋지만 더 아름다운 것은 지고 난 뒤 파란하늘을 발갛게 물들이는 노을이다. 그 노을빛에 새하얀 그리스정교회의 돔과 십자가 역시 발갛게 물드는데 그 환상적인 색감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해넘이의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 우린 또 한 번의 감동을 체험한다. 꽃들이 만발한 야외정원의 테이블에서 촛불 아래 즐기는 그리스 음식 정찬으로 이게 세 번째 즐거움이다. 마지막 즐거움은 섬 곳곳을 차로 쏘다니는 것이다. 이 섬에선 경차가 최고다. 섬도 크지 않은데다 마을에 들어서면 길이 좁아 서로 비켜가기에 좋아서다. 섬이다 보니 비치도 많은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곳은 검은 모래와 자갈로 덮인 카마리, 붉은 바위절벽 아래 숨겨진 듯한 레드비치다. 두 곳 모두 늘 한산하기만 한데 대부분 여성이 토플리스(Topless)-비키니의 상의를 벗은 반라의 모습-차림이니 촬영할 때 주의해야 한다. 산토리니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저녁때 한 번쯤은 이아마을을 찾게 된다. 산토리니의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 때 망루로 쓰인 굴라스 성채(Goulas Castle)가 바로 그곳으로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이면 수많은 사람이 성벽에 걸터앉아 풍차 뒤로 노을이 지길 기다린다. 그렇게 30분 정도 하늘이 연출하는 로맨틱한 쇼를 감상한 후에는 분위기를 이어 불이 켜진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장수를 기원하며 그리스식 건강 디너를 즐긴다. 하루나 이틀쯤은 컨버터블을 렌트해 마치 영화 속 델마와 루이스, 페르디낭과 마리안, 체 게바라와 알베르토가 그랬던 것처럼 로드트립을 떠나길 권한다. 산토리니는 택시비가 매우 비싸다. 한번 타는 값이면 저렴한 기종의 자동차를 온종일 대여할 수 있다. 영화처럼 끝없이 펼쳐진 미국이나 남미의 초원을 달리는 것처럼 대장정은 아니지만, 산토리니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다보면, 여기저기 솟아난 선인장과 이름모를 들꽃들이 반겨주어 쾌 흡사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산토리니에는 수많은 해변이 있다. 해양스포츠의 천국 페리사비치, 아담하고 조용해 일광욕하기 좋고 누드가 허락되는 카마리 비치, 이름부터 독특한 레드 비치 등, 화산섬 특유의 형형색색 모래와 자갈들이 다양한 색을 입혀 놓은 해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인 감성에 취할 것이다. 피리(Fira)마을은 산토리니 사람들의 생활 중심지이다. 이아와 비교해 마을 풍경 자체는 어딘가 수수하지만, 잡다한 기념품을 파는 숍, 저렴한 맛집,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슈퍼마켓, 약국, 여러 기관 등이 모여 있는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긴다. 이곳의 명풀은 단연 케이불카와 당나귀 택시, 피라에는 절벽을 따라 구 항구와 연결되는 588개의 계단이 있는데 보통 여행객들은 내려갈 때 케이블카를, 올라갈 때 당나귀 택시를 이용한다. 이아에도 당나귀 택시가 있지만 피라의 계단이 휠씬 길고, 당나귀의 숫자도 많다. 피라 입구에 있는 오벨릭스(Obelix)에 들러 터키의 케밥과 모양이 비숫한 그리스 전통음식 기로스(Gyros)와 수블라키(S0uvlaki) 등을 맛보는 것도 일지 말도록 하자.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있고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어줄 것이다. 해안 도로를 달리다가 내륙 쪽으로 들어서면 마치 제즈도처럼 쌓아놓은 검은 돌을 따라 연둣빛 물결이 이어진다. 산토리니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것중 하나로 손꼽히는 와인을 담그기 위해 경작된 포도밭이다. 산토리니의 일정 중 반나절 정도는 아무런 계획도 세워놓지 말고 떠나기를 권한다. 보통 여행을 가면 그렇듯 산토리니에서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즐거움이나 재차 찾고 싶은 매력적인 장소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산토리니는 바다를 가를듯 쑥 밀고 들어간 곳이라서 늘 거센 바람이 그칠 줄 모른다. 그 바람이 포도와 오이, 올리브를 익게 만들고 종을 치는 사람이 없어도 교회 종탑에서 종이 울리게 한다. 산토리니를 다니면서 정말 많이 봤던 종탑들... 때로는 교회였고, 때로는 음식점이었고, 때로는 묘지이기도 했던 곳. 그러니까 이곳들이 모두 바람이 드나드는 길이었던거다. 산토리니가 메마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섬 도처에 바람의 통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바람 속에 물의 기운도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뜨거운 지중해의 햇살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바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글·사진/ 이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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