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알리는 종은 울리지는 않았으나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향한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선거의 기본 규칙조차 정하지 못한 채 ‘개문발차’하고 있는 꼴이 말이 아니지만. 중앙정치권은 아직 정당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선거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 룰조차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물 쓰듯 하고 있다. 충남도에서만 600여 명의 입지자가 코스도 확정되지 않은 마라톤을 일단 출발하고 본 것이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여 년이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그 의미가 특별하다. 지방자치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끝내고 말 그대로 활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민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고 여·야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수긍하는 방식에 따라 선거가 치러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래야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좋은 인물을 뽑을 수 있고,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지역의 미래를 여는 일이 이번 선거에 달렸다. 물리적인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앙의 정치권은 끊임없이 지방의 자치역량을 저울질하고 의심하며 이런저런 꼬투리를 찾아내려는 것 같다. 지방에 대한 과도한 의심을 거두고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지방자치의 입지가 생긴다는 점을 왜 외면하는가. 권력이든 돈이든 사람이든 중앙에 집중되는 틀을 바꾸는데서 지방자치는 시작된다. 중앙정치가 행사하고 있는 것,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지방자치의 대전제가 된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 여·야를 막론하고 기초단위 선거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선거가 끝난 뒤 안색을 바꾸고 있다. 이러다간 지방선거 일정 전체에 혼란과 차질이 불가피해질 판이다. 지금 분명한 것은 선거일이 6월 4일이라는 것뿐. 중앙정치권이 지방자치를 기득권 확보의 볼모로 잡고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선거의 밑그림을 그리고 기초를 놓아야 할 제 역할은 제쳐놓은 채 선문답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도도한 지방자치의 큰 물길을 왜곡하지는 못할 것이다. 시대의 흐름과 민심은 이 견고한 기득권의 장애물을 허물어뜨리고 결국 제 갈 길로 흘러갈 것이다. 아직은 첩첩산중인 이 한파 속에서도 봄은 올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지방자치에도 곧 활착의 시대가 올 것이다. 지금 20여 년의 성년기를 맞은 지방자치가 시련과 도전의 국면을 맞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의 내용을 채우고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유권자요 지역주민이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이 지방자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믿음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작금 정치권의 행태와는 별개로 유권자는 유권자의 몫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이 약속을 이행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열도록 촉구하는 한편 내 몫의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일까지 앞으로 4개월 남짓 유권자로서, 나아 가 도민의 한 사람으로 충남도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시대의 기운을 예감하고 지역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의 주체가 돼야 한다. 다음 충남도정의 적임자는 과연? 여·야 모두 후보군의 부침 속에 경쟁의 구도를 저울질하며 머지않아 다가올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런 과정 속에서는 지역의 앞날에 대한 고민은 적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생존전략이 판을 칠 따름이다. 결국 유권자와 도민이 결단해야 한다. 무기력하게 정치판의 각본에 동원되는 들러리가 될 것인가? 흐름을 만들고 판을 바꾸는 주인이 될 것인가? 적어도 차기 충남도정은 도민과 유권자가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충남도의 전환기적 상황에 대한 통찰과 전망이 있는 지도력의 출현을 고대한다. 과거의 권위적 패러다임에 젖어 있다거나 표를 얻는데 약간의 기술이 있는 자가 이 전환기의 향도가 되고, 지역의 운명을 좌우하는 선봉이 될 수 있는가? 6·4 지방선거의 전도에 아직 어지러운 데가 많다. 그러나 언제 정치가 한 번이라도 가지런한 때가 있었던가? 유권자와 도민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응시할 때 길은 떠오른다. 차기 도정은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는 정파, 진영의 울타리에 안주하는 세력이 어찌 그 엄청난 기운을 감당할 것인가? 이 어지러움 속 어딘가에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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