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너른 영토를 향해 사방으로 뻗어있는 모든 길이 시작되는 로마는 한 때 역사의 주인공들이 살던 흔적들이 거리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로마에 가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길’이다. 그리고 로마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길 이야기는 로마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유는 로마에 가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편집자 주 로마 시내에는 고대 로마 집정관에 의해 만들어진 8개의 집정관 도로를 비롯해 커다란 건선도로가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다. 그리고 그 길은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옛 제국의 영토를 행해 동쪽으로는 유프라테스강, 서쪽으로는 대서양, 남쪽으로는 사하라 사막에서 북쪽으로는 스코틀랜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땅을 소유했던 로마 제국. 그 너른 영토를 향해 사방으로 뻗어있는 모든 길이 시작되는 로마는 한 때 역사의 주인공들이 살던 흔적들이 거리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로마는 이 도시의 젖줄 구실을 하는 테베레 강을 따라 7개의 언덕 위에 펼쳐지고 있는 영원의 도시라고 부른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다양한 드라마가 연출된 로마의 도심은 생각보다 작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여유 있는 걸음으로 1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도시 구석구석이 ‘역사’인 로마 시내는 직경 5킬로미터의 둥근 원 속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도시의 왼쪽으로는 테레베강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완만한 S자를 그리며 흐르고 있는데 강 서쪽은 바티칸 시국이고 동쪽은 로마제국 전설의 발상지인 팔리티노언덕을 비롯한 7개의 언덕이 있는데 이 언덕들을 잇고 있는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성벽 안에 거대한 고대 박물관 로마가 자리 잡고 있다. 도시 구경은 ‘광장(廣場)’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출발점이 되고 있는 곳은 베테치아 광장. 이곳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로마인들의 휴식처 나보나 광장, 계단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이들이 인상적인 스페인 광장, 트레비 샘 곁에 있는 콜로나 광장, 판테온에 있는 런던 광장 등이 사방에 널려있어 이 광장들을 순례하다보면 어느덧 로마 구경이 끝나가는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로마 관광을 출발점으로 삼는 베테치아 광장은 ‘웨딩케이크’ 또는 ‘타이프라이터’라느 별명을 지닌 비토리아노 기념당 앞에 있다. 거대한 케이크 같은 외형으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기념당 앞마당에 서서 로마의 동서남북으로 이어진 길을 기억하고 방향 감각을 잃었을 때 다시되돌아와 다음 여행지로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베이스 캠프로 삼는 곳이다. 베네치아 광장에서 북동쪽으로 뻗어 있는 길은 나치오날레 거리이고 그 반대쪽인 바티칸 방향으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거리가 열려 있다. 동남쪽으로는 고대 유적과 콜로세움이 이어져 있는 포로 임페리얼 거리가 이어져 있고, 북쪽으로는 로마의 주도로인 코르소 거리와 최고급 쇼핑가인 콘도티 거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베네치아 광장은 여행객들의 출발지로도 훌륭하지만 볼거리도 많은 곳이다. 광장에 있는 비토리아노는 1911년 이탈리아의 통일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당으로 네오클래식 양식의 멋진 건물이다. 계단 아래 양쪽에 있는 두 개의 분수는 오른쪽이 티레니아 해를, 왼쪽이 아드리아 해를 나타내고 정가운데 있는 기마상은 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동상이다. 광장 왼편에는 베네치아 궁전이 있다. 고딕 르네상스식의 이 건물는 옛날 베네치아 공화국 대사관이 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 궁전에 집무실을 두었던 무솔리니가 2층 발코니에서 광장을 가득 채운 군중들에게 연설을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지금은 이탈리아 각지에서 모아놓은 공예품 박물관과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거대한 고대 유적 박물관인 로마의 진면목을 보려면 포리 임페리얼 거리를 택하는 것이 좋다. 콜로세움을 향해 열려있는 큰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길 오른편 아래쪽에 고대 로마의 유적들이 모여 있는 포로 로마노가 한 눈에 들어온다. 로마시대의 시민 생활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에 들어서면 왼쪽에 금융의 중심지로 사용되었던 아에밀리우스 바실리카가 나타나고 그 곁에 4층의 벽돌 건물인 원로원이 서 있다. 시저가 ‘부르투스, 너였구나!’라고 외치며 사해당한 현장이기도 하다. 원로원 앞의 유적은 로마의 창시자 로몰루스의 묘와 세베르스 왕의 개선문이 버티고 서 있다. 로마시대의 정치적 암투와 격변, 애증이 서려 있는 이 거리는 성자의 길이라는 중앙 통로를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현존하는 로마 최고의 개선문인 티투스 황제의 개선문에서 그 길은 끝이 난다. 다시 포리 임페리알레 거리로 나와 콜로세움으로 향하다보면 길 양편으로는 황제들의 광장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구경하게 된다.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명령으로 기원전 80년에 완성된 원형경기장이다. 무려 5만 명의 관람객들이 동시에 들어 올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이 원형경기장에는 맹수와 검투사 혹은 검투사 끼리의 참혹한 격투가 벌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는 콜로세움은 관광객들에게 가죽 공예품 등을 팔기 위해 몰려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나 집시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소란스럽게 변했다. 베네치아 광장에서 북쪽으로 열린 코르소 거리를 지나면 포폴로 광장이다. 광장에 있는 포폴로 문 왼쩍으로는 보르게세 공원이 있다.철도가 없었던 시대의 여행자들은 이 포폴로 문을 통해 로마로 들어왔다고 한다.로마를 찾아왔던 괴테도, 바이런도, 키이츠도 이 문을 통해 들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문은 3세기 때 만들어진 것이지만 17세기에 스웨덴의 여왕 크리스틴느의 로마 방문을 기념해서 다시 꾸며진 곳이다. 보르게세 공원은 토스카나의 시에나 출신의 추기경 보르게세가 17세기에 그의 가족을 위해 만든 정원이다. 때문인지 공원 안은 언제아 가족끼리의 산보나 연인들의 여유 있는 데이트 광경을 발견 할 수 있다. 포폴로 광광에서 스페인 광장으로 가려면 보르게세 공원 쪽에 붙어 있는 판초 언덕을로 오른 다음 공원 가장자리 길을 따라 동남쪽으로 15분 정도 내려가면 된다. 오드리 햅번의 인상적인 연기가 지금도 생생한 스페인 광장은 영화 ‘로마은 휴일’ 의 무대로 유명하다. 이 영화 때문인지 스페인 광장 계단에는 언제나 꽃들이 피어 있고 초상화가나 꽃가게들도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리고 계단 앞의 조각배 분수에는 항상 거리의 악사들이 기타를 치고 있고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항상 번잡하다. ‘이탈리아인이 설계하고 프랑스인이 지불했고 영국인이 배회를 하다 지금은 미국인들이 점령하고 있다’고 하는 스패인 광장은 실제로 1725년에 프랑스 대사의 금전적인 도움으로 만들어졌으며 스페인 대사관이 이곳에 있어 스페인 광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광장 주변에는 영구 풍을 찻집이 많이 남아 있고 지금은 미국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전에 스페인 광장에는 스탕달, 발자크,바그너, 리스트, 브라우닝 등 문호나 예술가 들이 몰려 들었으며 스페인 계단 오른쪽에는 아직도 키이츠의 집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예술인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스페인 광장에서 남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10분 거리에 트레비 분수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초행길의 관광객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골목길이기 때문에 지도를 참조하거나 행인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미 디카 라 스트라다 페르 폰타나 디 트레비”(트레비 샘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면 손짓으로 방향을 가르쳐 줄 것이다. 이때 “그라치에”(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를 찾아올 수 있다는 전설로 유명한 트레비 분수는 지금도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 동전을 던지면서 로마의 매력에 빠져 있음을 확인 하는 곳이다. ‘트레비’라는 말은 원래 ‘삼거리’ 라는 뜻으로 이곳에서 길이 세 갈래로 나눠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지니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792년 만들어진 이 분수는 교황 크레멘스 12세가 주최한 분수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던 니콜라 사비노가 설계한 것으로 분수 뒤의 궁전을 배경으로 하고 바다의 신 넵튠과 트리톤이 힘차게 약동하는 형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로마를 찾는 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트레비 분수에는 언제나 로마에 다시 오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소망이 넘실된다. 이유는 로마가 지니고 있는 어느 시대나 로마를 방문하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관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황 그레고리 14세는 3주일을 채우지 못한 여행자들과 헤어질 때에는 “그러면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 해고 몇 게월을 머문 사람들에게는 “로마에서 다시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로마를 사랑하려면 잠깐 머무는 것으로 부족하고 한 번 매료되면 다시 방문하게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로마(Roma)를 거꾸로 하면 아모르(Amor)가 된다. 아모르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한다. 사랑스러운 도시 로마는 한 번 방문한 사람을 다시 잡아 이끄는 묘한 마력이 있어 한 번 다녀간 이들에게 향수병 비슷한 애틋함을 주는 곳이다. 글·사진 - 이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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