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 기자의 여행이야기
체코 올로모우츠(Olomouc)는 프라하에서 250킬로, 브루노에서 북동쪽으로 60킬로 지점에 위치한 체코의 제5의 도시다.
10세기부터 1640년까지 모라비아의 수도였던 유서깊은 고도(古都)이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B. C 4세기경 켈트족이 거주하면서 촌락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게르만족을 거쳐 8세기 말에 슬바브 족의 일원이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라바(Morava)강 유역에 정착하면서 스스로를 모라비아인이라고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17세기에 발생한 30년 전쟁때 스웨덴이 침입하면서 도시가 상당부분 파괴되었던 것을 시민들이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편집자 주
------------------------------------------------------------------------
프라하에서 킴스빌을 운영하고 있는 김효수 사장이 프라하에 묻혀진 보석 올로모우츠(Olomouc)는 체코의 모라비아 지방을 대표하는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조용한 도시라며 한번 다녀오라고 권한다.
우선 한국사람을 볼 수 없다는 김 사장의 말에 솔깃하여 프라하 중앙역에서 오전 9시12분 IC 기차(요금 220코룬)를 이용하여 2시간 30분만에 도착했다.
우선 인포메이션에서 시티맵과 타임테이블을 얻고, 역앞 트램정유장에서 2번을 타고 운전기사에게 티켓(20코룬)을 구입, 올드타운 중앙에 있는 호르니(Horni) 광장에서 내렸다.
올로모우츠는 크게 3개의 언덕과 호르니(윗쪽), 도르니(아랫쪽), 공화국(바츨라프)등 3개의 광장으로 형성되어 있어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둘러보았다.
호르니(Horni) 광장의 볼거리는 역시 흑사병 퇴치와 종교적인 염원이 담겨있는 삼위일체 기념비(Sousosinej Svetejsi Trojice)다. 광장 중앙에 높이 35미터의 탑으로 솟아 장관을 이룬다. 1716년부터 1754년에 걸쳐 제작되었다. 중부유럽에서는 가장 큰 바로크 양식의 조각으로 된 탑이다.
시청사(City Hall)는 1378년 건축되었는데 1607년에 재건축 되었다. 시청사 건물의 남쪽 예배당의 불쑥 튀어나온 창들은 15세기의 작품이며 시청사의 북쪽면에 천문 시계가 있고 헤라클레스 분수대도 있다.
유명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시청사와 그 벽면에 붙은 천문시계다. 프라하 구시청사의 천문시계 다음으로 유명한 또 하나의 명물이다. 프라하의 시계가 세밀한 화려함을 자랑한다면 올로모우츠의 것은 비교적 아기자기하다.
분홍색과 황금색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천문시계는 광장에서도 가장 눈에 뛴다. 매시 정각에 종이 울리고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표방하는 목각인형들이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곳 역시 프라하의 구시청사 앞처럼 매 시 정각의 울림을 듣기 위한 이방인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삼위일체 탑과 시청사 건물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으며 광장에서는 야외공연도 다채롭게 열려,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도 한몫하고만남의 장소와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시청사 남서쪽에는 거북이와 물고기를 안고 있는 아리언분수대가 꼬마들이 더위를 잊기 위해 물놀이터로 북적인다.
아리언분수대 옆 골목으로 100미터쯤 떨어져 있는 도르니(Dorni) 광장에는 삼지창을 쥔 바다의 신 `넵튠 분수`는 올로모우츠에서 가장 오래된 분수로서 식수 저장용 물탱크에서 17세기 폴란드 출신인 미카엘 만디크가 바로크 양식으로 제작, 지금의 분수로 탄생됐다. 넵튠 분수 옆에 흑사병이 사라진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1716~1723년에 세운 마리아 기념비, 모라비안 바로크 양식의 주피터 분수가 있다.
성 모리스 대성당은 올로모우츠의 오리지널 본당 교회다.
1412년부터 1540년까지 130년 동안 건축되었던 고딕양식의 교구 교회다. 아치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며 모라비아 지방에서 가장 큰 오르간이 이곳에 있다. 특히 서쪽 첨탑은 그 이전인 13세기에 제작된 유서깊은 곳이다.
세인트 미카엘 교회(Kostel sv Michala)는 녹색 돔이 랜드마크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성당에는 내부 장식이 바로크 양식으로 되어 있다. 이 성당에는 특이하게도 임신한 성모 마리아의 그림이 있다. 부근에는 성 얀 사르칸데르 예배당도 있다.
특히 호르니 광장에서 성 바츨라프 대성당(세인트 벤체스라스)이 있는 북동쪽으로 가는 골목길은 특히 걸어봐야 할 곳이다.
성모 마리아의 수태고지 교회는 1661년에 건축되었으며 검소한 모자이크와 둥근 유리가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옆에 공화국(바츨라프) 광장은 바다의 신인 반인반어의 `트리튠 분수`가 있다.
예수회 대학교도 둘러보자. 1573년에 세워진 오리지널 예수회 신학교다. 그 안에는 눈(Snow)의 성모 마리아 교회가 있는데 교회 내부는 프레스코화가 가득하다.
올로모우츠는 중세의 고도(古都)이다. 체코의 유명한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이지만 붐비는 곳 없이 조용하고 차분했다. 시끌벅적한 프라하를 벗어나 며칠 만에 접하는 고요함이 몹시 반가웠다.
도시 곳곳에는 귀품 있는 건축물이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더욱이 이 지역을 대변하는 또 다른 명물은 수 많은 분수다. 바로크 양식의 장엄한 고전미가 흐르는 분수는 지금도 수 갈래의 물줄기를 뿜으며 위용을 과시한다.
더위에 지친 많은 이들이 분수대 주변에 걸터앉아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다 본다. 일대가 손가락으로 통통 물을 튕기며 장난을 치는 꼬마들의 웃음소리로 휘감겼다. 노인들은 분수대에 등을 돌리고 앉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 내리기 바빴다. 분수대와 떨어진 벤치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관광객으로 짐작되는 이들은 노천카페의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하염없이 웃음꽃을 피웠다.
올로모우츠의 느낀 느림이 다소 지루하다고 느껴지던 찰나에 마주한 이와 같은 소소한 풍경들이 그 따분함을 순식간에 정겨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외에도 대성당, 요새 등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양식 등으로 만든 유서 깊은 건축물이 넘친다.
광장을 빠져 나와 뒤로 펼쳐진 골목길을 훑었다. 인적 드문 골목길은 몹시도 조용했다. 중세풍의 집 앞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싱그러운 웃음으로 마음을 홀렸다. 한참동안 그 길을 걷다보니 마치 과거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 묘한 착각이 든다.
이번 여행을 방해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불볕더위였다. 머리 위에서 내리 쬐는 땡볕으로 인해 두 세 걸음을 연달아 걷기가 힘에 부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낭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상, 또 볼거리가 몰려 있어 도보로 둘러볼 수밖에 없는 지역의 특성상 내내 걷고 또 걷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놓치기 아까운 것들을 끝까지 눈과 마음에 담으며 여행자로서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막차가 8시21분. 서둘러 역으로 가 프라하행 열차에 올라 중세의 아름다운 고도(古都) 올로모우츠를 정리해 보았다.
과거에는 모라비아 제국의 수도로써 학문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리기도 했던 역사적인 곳, 발길 닿는 곳마다 오래된 성당들과 분수들이 있고 15분에 한번씩 아름다운 종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골목길을 걷다가 지역민을 만나면 체코어로 `도르비 덴` 인사를 건네면 수줍게 웃으며 반긴다. 시끌벅적한 프라하와 달리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조용한 골목길마다 운치있어 마치 다른 시간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조용해 혼자서 17세기의 고전마을 속에 덩그런히 놓여진 기분이다. 그 속에서 자신을 한번 뒤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사진 이인식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