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잠에서 깼습니다. 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잠속에서 들려온 이야기를 듣습니다. 너무도 생생한 그러나 온갖 상징으로 가득찬 꿈을 분석합니다. 의식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무의식의 소리를 듣다보면 지금 제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제가 당면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성장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꿈은 제게 관계성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알려줍니다. 이미 이전부터 맺고 왔던 관계성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알려줍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익숙한 그러나 익숙하지 않습니다. 사제생활을 하면서 세운 원칙이 있습니다. "제가 필요하다고 사람을 먼저 찾지 말 것, 그대신 철저히 고독 속에 머물 것." 나름대로 잘 지켰습니다. 그런데 이 원칙을 지켜나가면 갈수록 "홀로 있음"에 대한 그림자가 커져갑니다. 사제라는 직무 속에서 잉태되는 결핍이 있습니다. 친밀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하느님과의 우정으로 채워가야 하는 삶 안에서 친밀에 대한 그리움은 다양한 형태의 그림자로 표출됩니다.오디이푸스적 욕구가 대표적입니다. 이른바 메시아 콤플렉스라고도 합니다. 모든 일에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실패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일이 자신을 통해서 결정되어야 하며 항상 윗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드러남이 목적이 됩니다. 언제나 유능해야 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보다 더 거룩해야 하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지시만 합니다.언제나 소년으로 남고 싶은 욕구는 친밀에 대한 그리움이 드러내는 그림자입니다. 어른으로 존재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성숙된 상태가 아닙니다.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성되는 관계는 서로에게 짐이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만남의 주요 관심사는 잠시간의 쾌락입니다. 즐김이 전부가 되는 만남 속에서 갈등은 피해야만 되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성장과 성숙에 필요한 그림자에 대해서 침묵합니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과 소년으로 남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 갈등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선택해야 합니다. 저의 선택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년이 주는 신선함과 천진난만함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데 요청되어지는 것은 어른이지 소년이 아닙니다. 이제 성숙을 향한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러남이 아니라 행복하고 싶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연대의 기쁨을 공유하며 행복해지고 싶습니다.임상교(대건안드레아) 주임신부(천주교대전교구 청양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