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에 다녀왔습니다. 하느님 안에서의 쉼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 지구 사제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왕복 10시간의 거리, 도착한 피정의 집은 동해안 철책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곳곳이 철조망으로 막혀있고, 군인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동해바다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자 했던 욕구가 사치처럼 다가왔습니다. 철조망 건너 편, 하얀 백사장으로 몸을 부수는 파도 소리만 들립니다. 아! 잘라진 하느님, 가로막힌 하느님을 만납니다.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이른 아침 동배 바다 위로 떠오르는 형님이신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개방된 바다로 나갔습니다.형님이신 태양을 가슴 속에 담습니다. 제 몸 안에서 창조의 기운이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파도 소리가 벼락처럼 울립니다. 파도 꽃이 피고, 시원한 바람이 몸의 감각을 깨웁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이란 없습니다. 내가 그곳에 혹은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지금 여기에서."봅니다.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봅니다. 그리고 보는 것을 듣습니다. 내 눈에 보이고 내 귀에 들리는 저 것이 보이고 듣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매 순간 질문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눈에 보이는 그것의 아름다움을 감탄하기만 해도 됩니다. 그런데 그것의 아름다움이 내 안에 아름다움의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 감탄은 눈요기를 하는 것이 됩니다. 단순한 눈요기를 위해서 창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창조의 아름다움 안에 함께 머물고 싶습니다. 저 또한 아름다워지고 싶습니다. 창조의 아름다움을 철조망이 갈라놓습니다. 아니 철조망으로 상징되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창조의 아름다움을 파괴합니다. 꿈을 꿉니다. 철조망이 걷히고 그 자리에 창조의 아름다움으로 꽃피운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기를 기도 합니다.하얀 백사장과 파도 그리고 대지를 비추는 태양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기를 기도합니다.임상교(대건안드레아)주임 신부     천주교대전교구 청양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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