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는 한 머무는 장소를 떠나지 않습니다. 사제들에게 휴일이라는 월요일에도 될 수 있으면 사제관에 머뭅니다. 월요일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시국미사를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국미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랫소리에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춤을 춥니다. 노동개악과 국정교과서 강행에 대한 분노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서 혼수상태에 빠진 백남기 농부님의 소식으로 폭발 직전까지 커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국민이 정조준의 대상이 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어느 누구라도 정조준의 대상이 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경찰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명령에 따라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그러나 아닙니다. 국민의 지팡이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주구가 되었고, 이제는 국민에게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밀양 할배와 할매들을 진압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경찰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승리의 기념사진이라고 합니다. 비가 내리는 속에서 천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자리를 지켰습니다. 우비를 입고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들이 모두 상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 한중 FTA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거짓 광고를 내보내는 정부를 보면서, 유관순을 모른다는 거짓광고를 국정교과서 강행의 이유라고 주장하는 정부를 보면서 누구의 말대로 혼이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푸른 집을 바라봅니다. 내가 있는 이 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참을 수 있는 한계가 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