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인권조례에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의 활동이 거세지고 있다. 조례폐지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은 목표치를 훨씬 넘어섰으며, 도의 인권 행사에 대규모 맞불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고 있다.12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3~14일 당진 문예의 전당에서 ‘차별의 그늘에 인권의 빛을’을 주제로 ‘제3회 인권주간 문화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도민 인권선언의 의미를 알리고 인권 존중 문화를 확산하며, 참여와 소통을 통해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 및 정보 교환 등을 통한 연대·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인권의 시작과 완성은 지역사회라는 실천 의식 변화 등도 이번 행사의 목표다.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됐다.하지만 이날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성시화운동본부 등 인권조례에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들은 행사장 바로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특히, 이들 인권조례 반대 단체들이 지난 5월부터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작한 조례폐지 청구 서명운동은 당초 목표였던 1만 7000명(충남도 유권자의 100분의 1)을 훨씬 넘어선 1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정식으로 폐지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주민 명부가 제출되면 공은 도의회로 넘어간다. 절차상, 도는 조례규칙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청구안을 도의회에 상정하게 되고, 도의회의 의결에 따라 인권조례 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도의원들이 느낄 정치적 압박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신교 단체들의 압박은 시·군 단위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산·서산·당진·부여·공주·서천 등에서 인권조례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으며, 부여의 경우 이미 인권조례 폐지 청구안이 군의회에 전달됐다. 다음 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며, 만약 폐지가 결정되면 전국 최초의 사례가 된다. 오는 19일에는 도청에서 1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하고 22일에는 천안 신부동에서 2만 여명이 모여 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할 계획이다.반면,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이 같은 반대활동에 대해 “비상식적이며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며 인권조례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천주교, 대한불교조계종, 원불교 등이 인권조례 필요성에 동조했고,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청소년인권더하기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충남 인권조례 지키기 공동행동’이 활동 중이다.실제 충남 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은 국가인권위 대전인권사무소와 함께 13일 아산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의실(온양온천역 방문객센터 내)에서 ‘인권조례가 살아 숨쉬는 지역사회,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일부 반대론자들로 인해 현재 충남도 인권조례가 존폐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인권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기 위한 각계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전문가 발제와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게 ‘부뜰’이 밝힌 토론회 개최의 이유다.도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행정에서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인권조례인데, 동성애와 동일시하는 시선이 강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인권주간 행사에는 성향이 강한 인권운동가들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 자칫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다”고 우려했다.서울.경기.충남취재본부 이종석 기자. bj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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